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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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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탄소강국을 꿈꾸다
관리자 | 2012-04-23 | 조회 2794
전주, 탄소강국을 꿈꾸다
 
경영학의 시조인 피터 드러커 교수는‘어떤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전략이고, 어떻게 가야 하는가가 전술이다’고 정의한다. 한국은 국가경제 전략으로 자본주의를, 전술로는 수출주도형 공업화를 택해 1962년 1인당 국민소득 87달러를 2010년 2만달러까지 끌어올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과 전술이 한계를 맞으면서 새로운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경쟁전략’분야의 최고권위자인 하버드 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는 이와 관련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하나는‘경쟁자와 같은 것을 더 잘하고 더 많이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다른 것을 하거나 같은 것을 더 잘하는 것’이다. 포터 교수는 특히‘비교 우위’보다는‘경쟁 우위’를 갖춰야 최종 승자가 된다고 강조한다.
 
드러커와 포터 교수가 던진 화두는 산업화에 뒤쳐진 전북, 그리고 전주에게 사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전북에서 생경하게만 들리던 ‘탄소산업’이라는 용어가 도민들의 귀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다.
㈜효성이 전주시 친환경첨단복합산업단지에 탄소섬유 양산 공장을 짓는 중이고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이른바‘탄소밸리’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탄소산업에 있어 대한민국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후진국이다. 그러나 포터 교수의 말처럼 ‘경쟁자와같은것을더잘하고많이하고’,‘ 경쟁우위’를확보하면승자가될수있다는 점을 전북일보는 주목했다.
 
이에 본보는‘21세기 산업의 쌀’로 평가받는 탄소소재와 관련한 기획취재를 했다. 지난 3월 ‘전주, 탄소강국을 꿈꾸다’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해외기획취재 대상으로 선정된 직후 기자는 먼저 탄소산업 선진국인 영국과 독일의 기업체와 연구소, 그리고 해마다 세계 탄소박람회가 열리는 프랑스를 다녀왔다. 또 탄소강국인 일본 도레이사의 경북 구미공장 신축과 태광산업의 울산 공장 가동의 배경과 의미를 취재하고 국내와 세계 탄소산업 현황 등을 점검함으로써 전주와 우리나라의 탄소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목화·누에고치서 실 뽑듯탄소를 원료로 만든 섬유
 
① 프롤로그 - 탄소섬유란
 
‘탄소’는 일반인에게 친숙한 용어지만 ‘탄소섬유’를 얘기하면 선뜻 알아듣기가 힘들어진다. 일상생활에서 탄소하면 연필심의 원료인 흑연과 다이아몬드 등을 연상하게 되지만 탄소섬유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또 초중고 시절에 배웠던 원소기호 C인 탄소에서 도대체 어떻게 섬유를 만드는지 아는이도드물다.
 
이처럼 생소한 탄소섬유도 그 원리를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옷 등의 원료가 되는 일반적인 섬유를 목화나 누에고치에서 뽑아 그 실을 직조해 만들듯 탄소섬유 또한 탄소를 원료로 해 실(섬유)을 만드는것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탄소섬유는 유기 고분자 섬유를 약 1000~2000℃로태우면생성된다.
탄소섬유는 그 원료에 따라 분류되는 데 팬(PAN)계 탄소섬유와 피치(Pitch)계 탄소섬유로 나뉜다.
 
 
 
탄소섬유는 탄소를 원료로 만든 실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사진은 독일 프라운호프 뮌헨공대 LCC연구소에 있는 탄소섬유 직조기 모습. 왼쪽 작은 사진은 감아놓은 탄소섬유.   뮌헨=김성중기자
 
 
팬계 탄소섬유
가장 가볍고 강한구조로 항공우주분야 많이 사용
 
피치계 탄소섬유
탄성률 높고 가격도 저렴 브레이크·연료전지 재료
 
△팬계 탄소섬유
 
폴리아크리로니트릴섬유(털실과 담요 등에 쓰이는 섬유로 보통 아크릴 섬유로 불림)를 원료로 한것이PAN(팬)계 탄소섬유다.

일본오사카 공업시험소의 신토 아키오가 발명했으며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1000~1500℃에서 생성한 섬유로 탄성률은 200~300GPa, 강도3~6GPa다. 1GPa(기가 파스칼)는 1㎡당 10의 9제곱 뉴튼의 압력을 말한다. 1뉴튼은 1kg의 물체에작용하여1㎨의가속도를발생하는힘이다.

섬유의 지름은 5~10㎛이고 보통 수천~수만 개의 다발로 되어있다. 부드럽고 검으면서 금속광택이 난다. 가장 가볍고 강한 구조재료로 항공우주 분야에 많이 쓰이고 스포츠용품과 일반 공업용 순으로 사용된다. 이미 보잉사의 B-767, B-747기의 동체에 탄소섬유로 만든 제품이 채용되고 있고 우주선의 경량화 효과가 커 사용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경량화의 장점 이외에도 내열성, 내마모성, 내부식성, 치수 안정성, X-레이 투과성이 좋아 그같은성질을 살린 용도에도 적용된다.
 
△피치계 탄소섬유
 
석유나 석탄에서 나오는 흑색의 피치(Pitch)를 원료로한 탄소섬유를 가리킨다.
 
원료에 따라 등방성피치, 예컨대 석유 정제때 생기는 석유피치 같은 구조상 무정형의 등방성 피치와 광학적 이방성을 갖는 액정함유 피치계 탄소섬유가 있다. 등방성은 측정방향으로 성질이 의존하지 않는것이며 의존하는 것은 이방성이라고 한다.
 
피치계 탄소섬유는 오랫동안 고온 단열재, 패킹,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보강재 등 공업재료로 쓰이고있으며 연료전지와 신규 2차연료전지의 전극재료, 마찰재료, 시멘트계 경량 건재 분야의 개발이 가속 화되고있다. 디스크패드와 커튼울등은 실용화단계다.
 
새로운 에너지 분야와 석면 대체 재료로서의 이용이 증가한다면 연간 수 만톤의 수요가 기대되는 탄소섬유다.
 
피치류를 300~500℃로 가열하면 액정상태가 되는데 이를 탄소화하면 고성능탄소섬유가 된다. 팬계 탄소섬유에 비해 탄성률이 높고 탄소수율이 커서 값싼 고성능 탄소섬유 제조법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항공기용 브레이크재 등으로 사용되고 일본 등 많은 기업에서 연구개발이 진행중이다.
 
 
재미있는 탄소섬유 이야기
 
100년전에디슨첫사용 한국30년전 단독 개발
 
21세기의 신소재산업의 총아로 일컫는 탄소섬유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T.A 에디슨이 대나무 섬유를 탄화시켜 전구의 필라멘트로 사용했을때다.

에디슨은 대나무 탄소섬유로 만든 필라멘트를 진공 상태로 전류를 흘려 가열하면 그 이전에 인류가 썼던 것보다 훨씬 밝고 아름다운 광채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전구가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1950년대 들어 탄소섬유의 가볍고 단단한 기계적 성질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게된다.

인류는 1959년 천연셀룰로스계 섬유를 기초로한 탄소섬유를 처음으로 양산한다.
 
수년 뒤 폴리아크리로니트릴(PAN) 섬유가 셀룰로스계 섬유보다 장점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탄소섬유의 대종을 이루게 된다. 이어 피치를 원료로 해 개발한 탄소섬유는 강도 측면의 우수성을 확보한다.
 
사실 PAN계 탄소섬유는 영국에서 개발됐지만 상업화는 미국과 일본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국내 탄소섬유 역사는 1983년 1월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경제신문은 한국과학기술원이 탄소섬유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크게싣는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원 고분자재료 연구실장 김정엽 박사팀이 선진국에서 70년대부터 실용화되고 있는 복합재료인 탄소섬유의 국산화에 착수, 10개월만에 개발에 성공하는 개가를 이뤘다고 한다. 순수 국내기술진에 의한 첫번째 탄소섬유개발이었다.

기사에서는 탄소섬유가 강철보다 강하고 플라스틱보다 가벼워 우주 항공과 자동차 산업에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 때의 전망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유효하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그 때부터 탄소산업에 주목하고 기술개발에 힘썼으면 한국이 탄소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30년 동안 극히 일부 기업과 연구진에서 개발되던 탄소산업과 관련 전주기계탄소기술원과 ㈜효성이 국내 최초로 중성능(T-700)급 탄소섬유를 개발해 연말부터 전주에서 생산한다는 사실은 역사적 측면
에서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할수 있겠다.
 
김성중기자yaksj@
 
 
- 전북일보 2012. 4. 18